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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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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나갔다 온다더니 닭가슴살 타이밍 다 꼬였음

잠깐 나갔다 온다더니 닭가슴살 타이밍 다 꼬였음

저녁에 닭가슴살 구워 먹을 생각으로 냉동실에서 한 팩 꺼내 냉장실에 옮겨뒀음. 원래 계획은 단순했음. 동네 한 바퀴 돌고 와서 밥 데우는 동안 굽기만 하면 됐음. 설거지 늘리기 싫어서 프라이팬 하나로 끝낼 생각까지 해놨음.

문제는 동네 한 바퀴가 진짜 한 바퀴로 안 끝났다는 거임.

헬스장 근처에서 가끔 인사하는 형을 마주쳤음. 운동 가는 길이냐고 묻길래 오늘은 쉬는 날이고 저녁거리 사러 나왔다고 했음. 닭가슴살 먹는다고 하니까 그 형이 또 닭이냐며 질리지도 않냐고 함. 질리는 것보다 배달비가 더 아깝다고 했더니 그건 인정한다고 바로 끝났음. 대화는 짧았는데 서서 딴소리하다 보니 귀가 시간은 계속 밀렸음.

돌아오는 길에 GS25도 들렀음. 8월 아이스크림 2+1 행사 목록에 퐁당쇼콜라 아이스바랑 끌레도르 헤이즐넛초코가 있길래 냉동실 자리도 생각 안 하고 집어 들었음. 저녁도 안 먹었는데 후식부터 챙기는 순서가 좀 이상하긴 했음.

집에 도착해서 닭가슴살을 눌러봤는데 가운데가 돌처럼 단단했음. 냉장실에 넣어두면 내가 돌아올 때쯤 알아서 말랑해져 있을 줄 알았음. 늘 계량 안 하고 감으로 하다가 망하면서 해동 시간까지 감으로 잡고 있었음.

여기서 기다렸으면 됐는데 배가 고프면 그런 판단이 잘 안 됨. 배달 앱을 한 번 켰다가 배달비 보고 조용히 닫았음. 결국 반쯤 언 상태로 팬에 올렸음.

한 팬으로 끝내려다 팬 하나를 오래 붙잡았음

겉은 금방 익는 척했음. 뒤집으니까 색도 그럴듯해서 생각보다 괜찮나 싶었음. 가운데를 잘라보니 차갑고 단단했음. 다시 잘게 잘라 굽기 시작했는데 얼음이 녹으면서 물이 계속 나왔음. 굽는 건지 삶는 건지 모르겠는 회색 국물이 팬 바닥에 차기 시작함.

센 불로 날리면 되겠지 싶어서 화력을 올렸음. 물은 안 줄고 가장자리만 눌어붙었음. 원룸에 냄새 차는 게 싫어서 창문 열고 환풍기 켰는데 더운 바람만 들어왔음. 인덕션 1구 앞에 서서 닭 조각 뒤집다가 아까 산 아이스크림부터 먹고 싶어졌음. 그래도 저녁 전에 아이스크림 뜯으면 진짜 망한 날 같아서 참았음.

아까 만난 형이 저녁 잘 먹었냐고 메시지를 보냈길래 팬 사진을 하나 보냈음. 답장이 “닭가슴살 맞냐” 한 줄 왔음. 사진으로 보니까 나도 확신이 안 들었음 ㅋㅋ

결국 물 따라내고 다시 구웠음. 팬 하나만 썼는데 조리 시간은 웬만한 두 끼 분량만큼 걸렸음. 겉은 질기고 안쪽은 퍽퍽했음. 단백질 챙긴다는 명분만 남아서 밥이랑 그냥 먹었음. 소스 그릇까지 꺼내면 설거지 생겨서 그것도 안 꺼냈음.

다 먹고 냉동실 문을 열었더니 아이스크림 세 개 넣을 자리가 없었음. 냉동 만두 봉지 세워놓고 겨우 밀어 넣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