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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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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 볶음밥으로 냉동실 파먹은 토요일

토요일 오후에 헬스 갔다 옴. 스쿼트 좀 무리해서 그런지 다리는 후들거리고 프로틴 셰이크만 대충 마시고 온 상태라 배는 고픈데 뭘 시켜먹기는 좀 그랬음. 배달비 아까운 날 있고 안 아까운 날 있는데 오늘은 아까운 쪽. 원룸이라 딱히 할 것도 없고 걍 뭐라도 해 먹자 싶었음.

냉동실 뒤지니까 새우 한 봉지가 그대로 있었음. 언제 사놨는지 기억도 안 날 만큼 방치해 둔 거. 이거 안 쓰면 계속 자리만 차지할 거 같아서 오늘 처리하기로 함. 근데 뭘로 할지는 딱히 안 정해진 상태였고, 소파에 좀 앉아서 폰으로 이것저것 뒤적이다가 매콤한 게 땡겨서 방향은 새우 볶음밥으로 잡음. 예전에 한번 해봤던 조합이라 손이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감.

근데 대파랑 마늘이랑 양배추가 없어서 나가야 했음. 걸어서 나가면 되는 거리라 츄리닝 바람으로 대충 걸치고 마트로 감. 가는 길에 편의점 파라솔에서 사람들 맥주 마시는 거 보고 살짝 부러웠는데 그냥 지나침. 저녁 시간이라 마트 안이 사람으로 좀 붐볐음. 야채 코너부터 감. 대파는 실한 걸로 두어 대 골랐고 마늘은 까져 있는 거 살까 하다가 그냥 통마늘로 삼. 껍질 까는 게 귀찮긴 한데 까진 마늘은 값이 더 나가서 그냥 손으로 함. 양배추는 큰 거 사면 남아서 처치곤란이라 반통짜리로 골랐음. 매대 앞에서 이거 살까 저거 살까 좀 서성이다가 결국 처음 집었던 걸로 감. 계산대 줄이 길어서 좀 기다렸다가 나옴.

그러고 보니 이날 아침에도 사고가 하나 있었음. 국 끓이다가 유튜브 보느라 딴짓하다 냄비 태울 뻔함. 다행히 타이머 소리 듣고 뛰어가서 살렸는데 바닥은 좀 눌음. 그거 스크래치 지운다고 아침부터 뻑뻑이질 좀 함. 그거 때문에 오늘은 불 앞에서 딴짓 안 하기로 다짐하고 시작함.

봉지 풀면서 오늘 메뉴 확정함

장 봐서 집에 오니까 벌써 좀 지침. 봉지 풀면서 이걸 언제 다 손질하나 싶었는데 그냥 하기로 함. 재료 다 꺼내서 도마 옆에 늘어놓으니까 생각보다 단출해서 마음 놓임. 인덕션이 1구짜리라 팬 하나로 끝낼 수 있는 메뉴인지부터 다시 확인함. 확인 끝나고 옷도 안 갈아입은 채로 바로 씻기 시작함.

도마 앞에서 썰다 보니 시간 순삭

대파 다지고 마늘 편썰고 하는 거 은근 시간 걸림. 칼질이 서툰 편이라 마늘 편썰다가 손가락 스칠 뻔한 적도 있음. 원룸 부엌이 좁아서 도마 하나 놓으면 자리가 꽉 참. 도마 밑에 행주 깔아놓는 것도 잊지 않음, 예전에 미끄러져서 놀란 적 있어서. 마늘 냄새가 손에 밴 채로 계속 다음 재료 만지는 것도 은근 신경 쓰임.

양배추 채써는 게 제일 오래 걸림. 두께가 일정하게 안 나와서 대충 눈대중으로 썰었음. 처음엔 꼼꼼하게 하려다가 귀찮아서 중간부터는 걍 크기만 맞춰서 대충 썸. 도마 위에 쌓인 채썬 양배추 보니까 생각보다 양이 많아 보여서 이거 다 볶으면 팬이 넘치지 않을까 잠깐 걱정함. 결국 절반 정도만 먼저 넣고 나머지는 나중에 보충하기로 마음먹음.

썰다가 창밖 보니까 동네 마트가 리모델링 들어간 게 보임. 저기 없으면 다음엔 어디서 장 봐야 하나 싶어서 잠깐 딴생각함. 예전부터 자주 가던 데라 없어지면 좀 아쉬울 것 같음. 공사 가림막에 완공 예정일이 적혀 있었던 거 같은데 정확히 기억은 안 남. 금방 다시 도마로 시선 돌아옴.

재료는 정리하면 대충 이렇게 됨.

  • 올리브오일 1.5큰술
  • 대파 2대
  • 마늘 5개
  • 새우 140g
  • 양배추 0.2개
  • 밥 0.7공기
  • 레드페퍼 5g
  • 양념·소스: 통후추, 고춧가루, 간장, 저당 굴소스, 알룰로스 (정확한 비율은 원문 레시피에)

이 정도면 장 한 번 보는 걸로 끝남. 양배추는 반통 사도 다 못 쓰는 게 좀 걸리긴 하는데 남는 건 다음 요리에 넣으면 됨. 헬스 다니면서 단백질 챙긴다고 새우류는 자주 쟁여두는 편이라 이번에도 처치 겸 잘 씀. 손질하면서 보니까 냉장고 안이 그래도 좀 정리되는 느낌이라 나쁘지 않음. 남은 채소들 대충 밀폐용기에 나눠 담아서 냉장고 구석에 밀어 넣음.

손질 끝내고 나니까 벌써 배가 더 고파짐. 팬 꺼내고 인덕션 앞에 섬. 불 켜기 전에 창문부터 살짝 열어둠, 매운 냄새 방 안에 배는 거 싫어해서.

고추기름 올라오는 순간이 제일 임팩트 있었음

팬에 기름 두르고 대파랑 마늘 넣고 볶는데 향 올라오는 순간이 좋음. 노릇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폰 잠깐 봤다가 타는 냄새 나서 화들짝 놀람. 다행히 눌어붙기 직전이라 뒤집개로 재빨리 뒤섞어서 살림. 아침에 냄비 사건 있고 나서도 또 이러고 있는 게 좀 웃김.

새우 넣고 후추 뿌려서 볶다가 고춧가루 넣는 지점이 진짜 고비임. 타기 직전에 불 끄고 남은 열로 볶는 감을 잡아야 하는데 첫판엔 그 타이밍을 놓쳐서 좀 그을렸음 ㅋㅋ. 계량 안 하고 눈대중으로 하다가 이런 일 한두 번이 아님. 팬 색깔이 순간적으로 확 짙어지는 거 보고 조바심 남. 연기가 살짝 올라와서 창문 더 열어젖힘.

불 조절 타이밍이랑 비율 감 못 잡으면 그냥 망함. 불 끄고 볶는 타이밍 보고 따라 하는 게 빠름. 그다음부터는 양배추랑 밥 넣고 센불로 바짝 볶으면 얼추 끝남. 저어가면서 밥알에 기름 배는 소리 나는 게 은근 듣기 좋음.

먹어보니 이 정도면 괜찮은데 아쉬운 것도 있음

완성하고 바로 그릇에 담아 한입 떠먹음. 매콤하고 짭짤한 게 존맛이긴 한데 첫판이라 그런지 고추기름 양 조절을 못 해서 좀 얼얼했음. 밥알에 기름 코팅된 식감은 마음에 듦. 씹을 때 양배추가 아삭한 게 남아 있어서 물리지 않고 잘 넘어감. 새우도 탱글한 식감이 살아 있어서 씹는 맛이 나쁘지 않았음.

근데 재료 사면서 좀 걸리는 게 있었음. 새우는 소량으로 안 팔고 냉동팩 단위로 사야 해서 이번에 다 안 쓰고 남음. 굴소스랑 알룰로스는 자취하면서 평소에 잘 안 쓰는 재료라 한 번 사면 냉장고에서 오래 묵음. 쓸 때마다 조금씩만 덜어 쓰다 보니 유통기한 안에 다 못 쓰고 버린 적도 있음. 이런 자잘한 소스류 값이 쌓이면 은근 부담됨. 동네 마트 리모델링 끝나기 전까진 다른 데 가서 구해야 할 것 같아서 그것도 걸림. 큰 마트까지 가려면 버스를 타야 해서 귀찮음이 배로 늚.

먹고 나서 이게 밥값으로 얼마나 나가는 건지 궁금해서 찾아봤음.

1인분 기준 영양성분 · 가격 (1인분 레시피, recipio 계산)
칼로리675 kcal
탄수화물88.5 g
단백질39.2 g
지방23.7 g
당류12.3 g
나트륨1976 mg
재료비약 6,990원 (1인분 전체)
사 먹으면약 9,087원

단백질 쪽은 나쁘지 않게 나와서 만족스러웠음. 나트륨은 생각보다 높게 나와서 물을 좀 더 마시게 됨. 재료비 자체는 배달 시키는 거보다 확실히 덜 나가서 그 부분은 괜찮음. 다음엔 고춧가루 양 줄여서 얼얼함 좀 낮춰볼 생각임.


설거지는 팬 하나로 끝나서 그건 편했음. 다 먹고 나니까 낮에 헬스장에서 마주친 사람한테 오늘 뭐 해먹었냐고 카톡이 옴. 새우 볶음밥이라고 답장하고 폰 내려놓음. 배는 부른데 몸은 여전히 물먹은 솜처럼 무거워서 그냥 소파에 늘어져 있다가 씻지도 않고 좀 누워 있었음. 티비 틀어놓고 뭘 보는지도 모르게 멍때리다가 정신 차려보니 꽤 시간이 지나 있었음. 내일은 또 뭐 해먹을지 고민하다가 그냥 잠들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