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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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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호박 고기전, 술안주로 나쁘지 않았음

토요일 저녁에 갑자기 비가 쏟아졌음. 베란다 문 열어놓고 있다가 바닥 젖는 소리에 놀라서 맨발로 뛰어가서 닫음. 창 닫고 물기 닦다가 그제야 저녁을 뭘로 때울지가 더 급한 문제로 넘어옴. 비 오는 날 특유의 눅눅한 공기 때문인지 뭔가 기름 냄새 나는 걸 부쳐 먹고 싶어짐.

냉장고 문 열어보니까 애호박이 며칠째 계속 굴러다니고 있었음. 볶든가 무치든가 하려다가 이번엔 좀 손이 가더라도 그럴싸한 걸로 가보고 싶어져서 고기전 쪽으로 마음이 기움.

애호박이 방치되다가 결국 전이 된 사연

자취 5년차 되면 냉장고에 애호박 하나 정도는 늘 처치곤란으로 남아 있음. 국 끓이자니 애매하고 볶자니 매번 똑같아서 그냥 계속 미루게 됨. 전에 볶음밥 태워먹고 편의점 갔던 날 얘기 쓴 적 있는데, 그날 이후로 대충 하다 망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손이 좀 가더라도 제대로 된 거 하나 만들어보자는 쪽으로 기준이 바뀜. 그래서 이번엔 애호박에 고기 얹어서 전으로 부쳐보기로 함. 인덕션 한 구짜리 미니 주방에서 뭘 만들 때마다 동선이 계속 꼬이는 게 골치인데, 그래도 이번엔 마음먹고 해보기로 함.

장 보러 나갔다가 생각이 많아짐

마트 가서 두부랑 다진 소고기부터 집음. 두부는 코너 돌자마자 바로 보이는데 소고기 코너 앞에서는 좀 멈칫함. 다진 고기 종류가 은근 많아서 뭐 사야 되나 잠깐 고민하다가 그냥 제일 무난해 보이는 걸로 집었음.

채소 코너에서는 양파랑 당근, 쪽파를 담았고 애호박은 집에 있는 거 쓸 생각이라 안 삼. 계산대 줄 서 있는데 문득 저번에 배달 시켰다가 수저가 안 와서 젓가락도 없이 밥그릇만 노려보고 있었던 날이 생각남. 그날 결국 편의점 뛰어가서 나무젓가락 얻어온 기억까지 나면서, 그 뒤로 뭐든 그냥 해 먹는 쪽으로 마음이 굳어진 지 오래됨.

계산하고 집에 오는 길에 봉지가 은근 무거워서 팔이 좀 아팠음. 재료 하나하나는 별거 아닌데 다 합치니까 부피가 꽤 나옴. 엘리베이터 기다리면서 봉지 내려놓고 잠깐 숨 돌린 것까지 기억남.

두부는 손으로 꽉 짜서 물기를 최대한 빼야 반죽이 질척해지지 않는다는 걸 예전에 한 번 겪어봐서 알고 있었음. 이번엔 그거 신경 써서 면포에 감싸고 힘줘서 짬. 손목이 좀 아플 정도로 짜야 제대로 빠짐. 짜고 나서 손 씻는데 두부 냄새가 안 가셔서 비누칠을 두 번 함.

애호박은 사선으로 잘라서 얇게 썰어야 나중에 반으로 접어서 부치기 편함. 썰어놓고 소금 살짝 뿌려서 절여두면 숨이 죽으면서 부드러워지는데, 이 절이는 시간을 얼마나 잡아야 하는지가 은근 애매함. 너무 오래 두면 물이 흥건해지고 짧게 두면 뻣뻣해서 반으로 접다가 갈라짐.

이번에 쓴 재료는 이 정도임.

  • 두부 0.5모
  • 다진소고기 200g
  • 소주 15ml
  • 양파 1개
  • 당근 1개
  • 쪽파 20g
  • 애호박 1개
  • 전분 8g
  • 계란 3개
  • 식용유 45ml
  • 양념·소스: 참치액젓, 다진마늘, 후추, 참기름, 소금, 식초 (정확한 비율은 원문 레시피에)

목록으로 적어놓고 보니까 생각보다 종류가 많음. 냉장고랑 찬장 뒤져서 있는 거 없는 거 확인하는 것부터가 일이었음. 다진 마늘이랑 참기름은 늘 쟁여두는 편이라 다행히 새로 안 사도 됐음.

부치다가 정신 없었던 순간

계란물 입힐 때가 제일 정신없었음. 애호박에 반죽 올리고 반으로 접은 다음 계란물에 담갔다 빼는데, 손에 계란물이 계속 묻어서 손끝이 끈적끈적해짐. 그 상태로 팬에 옮기다가 하나는 모양이 살짝 터짐. 옆에서 지글지글 소리 나면서 고소한 냄새 확 퍼지는데 손은 계속 끈적해서 그 상태로 휴대폰도 못 만짐.

불 조절도 눈대중으로 했다가 처음 몇 개는 겉만 타고 속은 안 익어서 다시 불 낮추고 뒤집기를 반복함. 비율 대충 하면 애호박에서 물이 계속 나와서 반죽이 다 풀어짐. 정확한 절이는 시간이랑 반죽 비율 보고 그대로 따라 하는 게 훨씬 빠르고 안전함.

먹어보니까 이런 느낌이었음

접시에 옮겨서 한 김 식히고 먹었는데, 겉은 바삭하고 속은 고기 육즙이 그대로 남아 있는 느낌이었음. 소주 한 잔 따라놓고 몇 개 집어먹었는데 술안주로는 확실히 괜찮았음. 애호박 특유의 아삭한 식감도 살아 있어서 씹는 맛이 나쁘지 않았음. 젓가락으로 반 갈랐을 때 단면에서 김 올라오는 거 보면서 괜히 뿌듯했음.

첫판은 불 세게 해놓고 딴짓하다가 한쪽 면이 거의 탈 뻔했음. 다행히 먹을 만은 했는데 색깔이 좀 진했음. 두 번째 판부터는 불 줄이고 옆에 붙어서 지켜봄.

헬스 다니는 입장에서 다진 소고기랑 두부 들어간 거라 단백질 챙기는 데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서 가격이랑 영양이 궁금해져서 한번 찾아봤음.

1인분 기준 영양성분 · 가격 (2인분 레시피, recipio 계산)
칼로리797 kcal
탄수화물24 g
단백질42.7 g
지방58 g
당류8.3 g
나트륨1090 mg
재료비약 12,948원 (2인분 전체)
사 먹으면약 24,500원

표 보니까 단백질 쪽은 기대한 만큼 나와서 만족스러웠음. 다만 기름에 부치는 요리라 그런지 지방 수치는 생각보다 높게 잡혀 있었음. 매일 먹을 건 아니고 가끔 해먹는 안주로는 이 정도면 감안할 만함.

솔직히 아쉬운 건 재료값이랑 재료 구하기임. 두부에 소고기에 계란에 채소까지 한 번에 사려니까 장바구니 금액이 은근 나감. 자취방 냉장고엔 상시 구비 안 해두는 재료들이라 다 새로 사야 했고, 다 쓰고 남는 것도 애매해서 며칠은 이것저것 처치하느라 시달림. 특히 다진 소고기랑 두부는 소분 포장이 안 팔아서 딱 한 번 쓸 만큼만 사기가 힘듦. 남은 양파랑 당근은 결국 다음 날 라면 끓일 때 다 털어 넣음.

그래도 첫판 태워먹은 거 빼면 결과물은 나쁘지 않았음. 손이 좀 가는 메뉴라 자주는 못 하겠지만 손님 오거나 그럴싸한 안주 필요할 때는 한 번씩 해볼 만함. 다음엔 애호박 양을 더 늘려서 반죽 남는 것 없이 딱 맞춰보고 싶음.


다들 재료 많이 들어가는 메뉴는 얼마나 자주 해먹음? 재료값 부담되는 거 어떻게들 버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