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전에 냉장고 정리하다가 야채칸 구석에서 정체불명 봉지 하나 나옴. 뜯어보니 원래 뭐였는지도 기억 안 남. 색이 이상해서 그냥 버림. 냉장고 청소는 항상 이런 식으로 시작해서 이런 식으로 끝남. 야채칸 열 때마다 매번 이런 사건이 하나씩 나오는 거 보면 장 보는 습관 자체를 고쳐야 하나 싶기도 함.
정리하다 보니 오이랑 토마토는 멀쩡하게 남아있었음. 헬스 갔다 온 직후라 배는 고픈데 뭔가 무겁게 만들기는 귀찮았음. 그렇다고 배달 시키기엔 애매한 시간이라 그냥 있는 걸로 해결하기로 함. 단백질 위주로 먹고는 싶은데 닭가슴살은 다 떨어진 상태였고, 결국 채소로 방향 잡음.
요리보다 정리가 먼저였음
저번에 볶음밥 태워먹은 얘기 쓴 뒤로 한동안 불 쓰는 요리는 최대한 피하게 됨. 인덕션 1구짜리 원룸 주방이라 두 가지 이상 동시에 돌리는 것도 안 되고, 복잡한 거 해봤자 결국 설거지만 늘어남. 냄비 하나 더 꺼내는 순간부터 이미 귀찮음이 시작됨.
오이 토마토는 씻고 썰어서 버무리기만 하면 끝나는 수준이라 부담이 없었음. 불 안 쓰는 요리라는 게 이번엔 제일 큰 장점이었음. 헬스 다녀온 날은 특히 이런 게 편함. 몸은 피곤한데 뭔가 챙겨 먹기는 해야 하는 애매한 타이밍에 딱 맞는 메뉴였음.
재료는 볼 것도 없이 단순함
재료 자체는 볼 것도 없음. 오이랑 토마토가 메인이고 양파는 매운맛 잡는 용도로 조금 들어감. 드레싱 재료도 올리브유에 레몬즙, 머스타드 정도라 집에 늘 있는 것들임. 따로 장 볼 필요가 없었다는 게 제일 컸음. 원래 장 보러 나가는 것 자체가 귀찮아서 최대한 냉장고 안에서 해결하려는 편임.
- 오이 1개
- 토마토 3개
- 양파 0.5개
- 홀그레인머스타드 0.5큰술
- 올리브유 60ml
- 양념·소스: 레몬즙, 소금, 후추 (정확한 비율은 원문 레시피에)
이 정도면 자취생 기준으로 재료 부담 거의 없는 수준. 예전에 국 끓이다 딴짓하다 냄비 태울 뻔한 적 있는데, 그거에 비하면 이건 불 자체를 안 쓰니까 애초에 태울 일이 없어서 마음이 편함. 재료 손질만 하면 되는 요리라는 게 이렇게 마음 편한 건지 이번에 처음 느낌.
썰다가 손이 더 많이 갔던 부분
채소 씻는 것부터 은근 손이 갔음. 베이킹소다 풀어서 담가놨다가 흐르는 물에 몇 번을 헹궜는지 모르겠음. 물에서 채소 특유의 흙 냄새 비슷한 게 올라오는데 이게 없어질 때까지 계속 씻어야 하나 싶다가도 하던 대로 함. 싱크대 앞에 서서 채소만 헹구고 있으니까 요리보다 세차하는 기분에 가까웠음.
오이 속 파내는 게 제일 귀찮았음. 스푼으로 씨 부분 긁어내는데 이게 은근 집중력 필요한 작업임. 대충 하면 물컹한 부분이 남아서 식감이 애매해짐. 손목도 이상하게 아프고. 여기서 처음으로 아 그냥 사 먹을걸 하는 생각이 스쳤음 ㅋㅋ 근데 여기까지 와서 멈추면 오이만 버리는 꼴이라 계속 함.
썰기까지 끝내고 나면 그다음은 볼에 다 때려넣고 섞는 거라 상대적으로 편함. 근데 드레싱 비율을 눈대중으로 하다가 예전에 한 번 짜게 만들어서 물 부은 적이 있음. 그 뒤로는 정확한 비율이 궁금해서 드레싱 비율 정리해둔 글 찾아보고 그대로 따라 함. 계량스푼 꺼내는 것도 귀찮아서 눈대중으로 가려다가 참음. 이번엔 짜게 만들면 안 된다는 생각에 평소보다 신경 좀 씀.
버무리는 과정도 생각보다 손이 감. 아래서 위로 뒤집으면서 섞는 동작 계속 반복하다 보면 팔이 은근 아픔. 별거 아닌 동작인데 오래 하다 보면 귀찮아지는 타입의 노동임. 볼이 좁아서 재료가 자꾸 밖으로 튀는 것도 신경 쓰였음. 중간에 손 씻으러 두 번인가 갔다 온 것 같은데 그만큼 손에 뭐가 계속 묻는 요리였음.
다 섞고 나서 접시에 담기 전에 잠깐 차게 식히는 과정이 있었음. 냉장고에 넣어두고 기다리는 동안 딴짓하다가 완전히 까먹을 뻔했음. 이런 대기 시간 있는 레시피는 매번 한 번씩 까먹게 됨. 유튜브 보다가 알림 맞춰놓은 거 보고서야 생각났음. 다시 꺼내러 갈 때마다 냉장고 문 열고 닫는 소리가 유독 크게 들리는 것도 매번 신기함.
옆에서 같이 먹은 사람 없이 혼자 이 과정 다 하고 있으면 가끔 내가 뭐 하는 건가 싶기도 함. 근데 배달 시키는 거보다는 낫다는 결론으로 항상 돌아옴. 배달비 생각하면 이 정도 손품은 그냥 감수하는 편임. 원룸 부엌이 좁아서 도마 하나 펴놓으면 이미 공간이 꽉 차는 것도 매번 겪는 일임.
맛은 좋은데 손은 은근 감
맛 자체는 괜찮았음. 상큼하고 가벼워서 헬스 갔다 온 날 먹기엔 부담 없었음. 근데 썰고 파내고 버무리는 과정 생각하면 손이 은근 많이 가는 메뉴임. 불 안 쓰는 거치고는 준비 시간이 꽤 걸림. 그냥 씻고 자르기만 하는 요리라고 만만하게 봤다가 살짝 뒤통수 맞은 느낌.
영양성분이랑 가격이 궁금해서 찾아봤음.
| 칼로리 | 320 kcal |
|---|---|
| 탄수화물 | 11.6 g |
| 단백질 | 2.7 g |
| 지방 | 30.7 g |
| 당류 | 6.5 g |
| 나트륨 | 260 mg |
| 재료비 | 약 5,750원 (2인분 전체) |
| 사 먹으면 | 약 13,300원 |
볼이랑 도마, 칼까지 설거지거리도 생각보다 나옴. 원팬 요리 좋아하는 입장에서 이건 원팬이 아니라 원볼 정도임. 자주 해먹을 정도는 아니고 가끔 채소 남을 때 한 번씩 하는 걸로 정착할 듯.
다음엔 오이 속 안 파내고 그냥 썰어봐야겠음. 그게 훨씬 편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