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닭가슴살 굽다가 타이밍 놓친 혼밥
퇴근할 때까지만 해도 닭가슴살 구워서 밥 먹고 헬스 갈 생각이었음. 배달비 쓰기 싫어서 냉동실에 있던 거 아침에 냉장칸으로 옮겨 둠. 여기까진 꽤 성실했음.
집 오자마자 비가 갑자기 세게 옴. 원룸 창문을 조금 열어 두고 나갔던 게 생각나서 가방도 안 풀고 바닥부터 닦았음. 양말 젖고 수건 두 장 나옴. 이미 운동 갈 마음은 거의 끝났는데 밥은 먹어야 됐음.
인덕션 1구에 팬 올리고 닭가슴살 넣었음. 평소처럼 센 불로 겉면 먼저 잡고 줄이면 되겠지 했는데, 냉장고에서 파 찾다가 야채칸 구석의 정체불명 봉지를 발견함. 묶인 채로 물까지 생겨 있었음. 이걸 열어 볼지 말지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 열었고, 뭐였는지는 끝까지 확신 못 했음. 봉지째 버리고 손 씻고 돌아오니 팬에서 탄 냄새 남.
한쪽은 색이 너무 진한데 가운데는 덜 익어 있었음. 타이밍을 놓치면 센 불이 알아서 해결해 줄 거라고 생각한 게 문제였음. 잘라서 다시 익혔더니 이번엔 수분이 다 빠짐. 단백질 챙기려다 고무 비슷한 걸 씹게 됐음 ㅋㅋ
냉동실에 하나 더 있어서 바로 다시 해봄. 팬 열부터 식히고 불을 처음부터 중약으로 낮췄음. 창문도 닫고 휴대폰 타이머를 켜 둠. 작은 변경인데 두 번째 건 겉면 색은 덜 나도 속까지 비슷하게 익었음. 센 불로 빨리 끝내는 게 1구 주방에선 오히려 손을 더 쓰게 만드는 듯.
첫 번째 것도 버리긴 아까워서 잘게 찢어 밥에 섞었음. 간장 조금 넣으니 먹을 만은 했음. 설거지 늘어나는 게 싫어서 계란까지 굽겠다는 생각은 접었음. 팬 하나 수습하는 데도 기운 다 빠짐.
후식으로 복숭아 하나 깎았음. 8월 제철 과일로 소개되는 복숭아라 그런지 요즘 자주 보이는데, 이날은 닭가슴살보다 복숭아 깎는 쪽이 훨씬 어려움 없었음. 씨 주변까지 대충 먹고 젖은 수건은 싱크대 옆에 그대로 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