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형 채칼 하나 산 지 한 달 좀 넘었음. 원래 칼질 오래 하면 손목이 저릿해지는 편이라 그냥 충동구매함. 만원 조금 안 되는 가격이었던 걸로 기억함. 배송비 아까워서 다른 거랑 묶어서 시켰음.
써보니까 양배추나 오이처럼 무른 채소 채 써는 데는 진짜 편함. 인덕션 하나짜리 부엌이라 도마 펼 자리도 마땅찮은데, 이건 그냥 그릇 위에 대고 가위처럼 잘라서 떨어뜨리면 끝임. 도마도 안 씀. 설거지 거리도 안 늘어남. 이 점 하나로 산 값은 했다고 봄.
근데 아쉬운 점도 분명 있음. 날이 생각보다 얇아서 당근처럼 단단한 거 썰 때는 손에 힘이 꽤 들어감. 첫판에 당근을 무리하게 밀어 넣다가 날 하나가 살짝 휘었음. 그 뒤로는 무른 채소 위주로만 씀. 세척할 때 날 사이에 낀 채소 찌꺼기도 잘 안 빠짐. 칫솔로 하나하나 긁어내야 함. 개귀찮음 ㅋㅋ.
이 얘기 하다 보니 갑자기 생각나는데, 며칠 전에 배수구가 막혀서 한바탕 소동이 있었음. 설거지하다가 물이 안 내려가길래 뚫어뻥으로 몇 번 하면 되겠지 했는데 안 됨. 결국 배수구 뚜껑 열고 손으로 머리카락이랑 기름 엉긴 덩어리를 걷어냈는데 그게 진짜 최악이었음. 원룸 살면서 이런 거 혼자 처리할 때마다 현타 옴. 근데 처리하고 나니까 물 빠지는 속도가 예전보다 더 빠른 느낌이라 묘하게 뿌듯하기도 했음.
다시 채칼 얘기로 돌아오면, 단백질 위주로 챙겨 먹으려고 닭가슴살 요리할 때 곁들이는 채소 손질용으로는 앞으로도 계속 쓸 듯함. 헬스 갔다 와서 배고픈데 도마 꺼내고 칼 갈고 하는 거 진짜 귀찮은데, 이건 서랍에서 꺼내서 바로 씀. 씻는 것도 흐르는 물에 슥 헹구면 끝이라 부담이 없음.
다만 단단한 재료 썰 일이 많다면 이거 하나로는 부족함. 결국 칼도 같이 써야 함. 채칼은 무른 채소 손질용 보조 도구 정도로 생각하고 사는 게 맞는 듯. 광고에서처럼 뭐든 다 슥슥 썰리는 만능템까진 아님.
그러고 보니 배수구 뚜껑 새로 하나 사야 하는데 자꾸 미루고 있음. 다음 주말엔 진짜 사야지 싶다가도 막상 나가면 까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