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에서 스쿼트 하다가 갑자기 배가 등짝에 붙는 느낌이 왔음. 마지막 세트 끝나고 락커룸 거울 보는데 얼굴에 핏기가 하나도 없어서 이거 빨리 뭐라도 먹어야겠다 싶었음. 집 가는 길 내내 뭘 먹을지 고민하다가 냉장고에 처박아둔 두부면이 떠올랐음. 사놓고 방치한 지 좀 됐는데 유통기한 보니 슬슬 처리해야 하는 타이밍이었음.
문득 예전에 본가에서 반찬 바리바리 싸들고 왔는데 그거 다 떨어졌을 때가 스쳤음. 그때도 냉장고 앞에서 뭐 해먹을지 한참 머리 굴렸던 기억이 남아있음. 반찬통 바닥 긁던 그 허전함이랑 지금 두부면 하나 딸랑 남은 냉장고 사정이 묘하게 겹쳐 보였음. 이번엔 그 기억 덕분인지 손이 빨리 움직인 듯.
운동 끝나고 배달 앱 켰다가 도로 닫은 날
헬스는 일주일에 두세 번 가는데 요즘은 단백질 신경 쓰는 게 습관이 됐음. 그날도 운동 끝나고 배가 고픈데 일단 배달 앱부터 켰음. 근데 최소주문 채우려고 이것저것 담다 보니 배달비까지 더해서 금액이 훅 올라가서 걍 앱 닫아버림.
원룸에 인덕션 하나 놓고 사는 처지라 요리라고 해봤자 팬 하나로 끝내는 게 아니면 손이 잘 안 감. 냄비랑 프라이팬 여러 개 굴리는 요리는 상상만 해도 피곤함. 설거지 나오는 거 극혐이라 원팬으로 끝나는 메뉴만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볶음류로 취향이 굳었음.
냉장고 열어보니 닭가슴살이랑 새우가 굴러다니고 있었고 두부면도 있었음. 단백질 재료 세 가지가 한꺼번에 모여있는 걸 보니까 이건 볶아야 한다는 확신이 들었음. 팟타이 느낌으로 가면 매콤하고 이국적인 맛도 낼 수 있을 것 같아서 바로 결정함. 닭가슴살만 삶아 먹는 것도 이제 질려서 뭔가 자극적인 게 당기던 참이었음.
사실 이런 조합 요리는 재료만 다 갖춰져 있으면 반은 먹고 들어가는 거임. 문제는 재료를 다 갖추고 있는 날이 드물다는 거임. 보통은 하나쯤 꼭 빠져있어서 대체 재료 찾다가 흐지부지되는데 그날은 운 좋게 다 있어서 바로 시작함.
팬 하나 꺼내놓고 인덕션 앞에 서니까 오랜만에 뭔가 만드는 느낌이 들어서 괜히 비장해짐. 원래 대충 사는 사람인데 이럴 때만 진지해짐. 창문 열어놓고 환기팬도 미리 틀어놨음. 원룸이라 냄새 빠지는 게 느려서 이 정도는 습관처럼 해두는 편임.
재료 다 꺼내놓고 보니 냉장고 정리가 된 느낌
재료 늘어놓고 보니까 이게 냉장고 파먹기용으로도 딱임. 대파, 마늘, 양파는 원래 상비로 사놓는 것들이라 새로 산 건 두부면이랑 새우 정도밖에 없었음. 마늘 편 써는 동안 도마에서 알싸한 냄새 올라오는데 이 냄새 맡으면 이제 진짜 시작이구나 싶어짐.
소스 만드는 게 은근 손이 많이 가는데 간장, 굴소스, 맛술, 참치액, 참기름, 알룰로스, 스리라차, 두반장까지 병을 줄줄이 꺼내놓고 하나씩 부었음. 예전에 감으로만 소스 잡다가 너무 짜서 물 들이부은 적이 있어서 이번엔 조심스럽게 함 ㅋㅋ.
두반장 병을 꺼내다가 예전에 국 끓이다가 딴짓하느라 냄비 태울 뻔한 일이 갑자기 생각났음. 그때 폰 보다가 타는 냄새 나서 부엌으로 뛰어갔던 기억인데, 요리할 때 딴짓하면 안 된다는 교훈은 그때 확실히 얻은 거임.
- 올리브오일 적당량
- 대파 0.5개
- 마늘 5쪽
- 양파 0.5개
- 레드페퍼 약간
- 닭가슴살 1팩
- 새우 6마리
- 스리라차 1큰술
- 두반장 0.5큰술
- 두부 1팩
- 계란 1개
- 숙주 1줌
- 양념·소스: 간장, 저당 굴소스, 맛술, 참치액젓, 참기름, 알룰로스, 후추 (정확한 비율은 원문 레시피에)
두반장은 없으면 안 넣어도 크게 티 안 나는데 있으면 확실히 감이 다름. 매운맛 좋아하면 스리라차 양을 늘려도 됨.
숙주는 마지막에 넣는 용도라 미리 씻어서 옆에 대기시켜놨음. 이런 거 미리 안 해두면 볶다가 우왕좌왕함.
볶는 건 순식간인데 소스 비율이 관건
파기름 내는 냄새부터 확 올라오는데 이 냄새 맡으면 배고픔이 두 배로 됨. 닭가슴살이랑 새우 넣고 볶다가 소스 부어서 두부면까지 섞는 과정은 생각보다 빨리 끝남. 근데 소스 비율 감으로 잡았다가 첫판은 너무 짜게 나왔음. 소스 비율 대충 잡으면 무조건 망함. 양념 비율 정리된 글 보고 그대로 맞추는 게 나음.
먹어보니 확실히 헬스 끝나고 먹을 맛
한입 먹자마자 매콤한 향이 코를 확 찌르는데 두부면 특유의 밍밍한 식감이 소스를 잘 먹어서 나쁘지 않았음. 새우는 탱글하고 닭가슴살도 퍽퍽하지 않게 잘 익어서 씹는 맛이 있었음. 좁은 원룸 식탁에 그릇 하나 놓고 유튜브 틀어놓은 채로 먹었는데 젓가락질이 멈추질 않았음.
영양 성분이 궁금해져서 찾아봤음.
| 칼로리 | 401 kcal |
|---|---|
| 탄수화물 | 46 g |
| 단백질 | 102.1 g |
| 지방 | 52 g |
| 당류 | 20.7 g |
| 나트륨 | 4138 mg |
| 재료비 | 약 8,960원 (1인분 전체) |
| 사 먹으면 | 약 12,000원 |
단백질 위주로 챙기는 입장에서는 이 조합 나쁘지 않은 듯. 근데 냉정하게 보면 재료값이 걸림. 닭가슴살이야 원래 쟁여두는 거라 부담 없는데 새우랑 두부면까지 얹으니까 장바구니가 생각보다 두둑해졌음. 배보다 배꼽이 큰 느낌이 남았음.
새우랑 두부면은 마트마다 가격 차이가 커서 잘못 사면 부담이 확 커짐. 새우는 손질된 걸로 사려면 값이 훅 뛰고, 두부면도 동네 마트에는 아예 없는 경우가 많아서 대형마트나 편의점까지 돌아다녀야 함.
두반장이나 알룰로스 같은 것도 자취 초반엔 안 사놓는 조미료라 이거 사려고 따로 장 보러 갔다 옴. 한 번 사두면 두고두고 쓰긴 하는데 초기 투자가 은근 부담됨. 특히 알룰로스는 동네 마트에 아예 없어서 결국 온라인으로 시켜야 했고 배송 기다리느라 하루 미뤄짐.
그래도 배달 시키는 것보단 싸게 먹혔고 냄비 하나로 끝나서 설거지도 적었음. 다음엔 새우 빼고 닭가슴살만 늘려서 좀 더 저렴하게 만들어볼 생각임.
먹고 나서 그릇 씻는데 창밖으로 매미 소리가 들렸음. 여름 다 갔나 싶다가도 아직 한참 남은 거 보고 그냥 웃었음. 설거지거리가 그릇 하나 젓가락 한 쌍뿐이라 금방 끝났고, 다 씻고 나서 소파에 늘어져서 폰 좀 하다가 그대로 잠들 뻔함. 다음 주말엔 또 뭐 해먹을지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기로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