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 다녀온 날 저녁 메뉴는 항상 골치임. 오늘은 등 운동 하고 왔는데 배는 고픈데 닭가슴살만 또 먹기는 진심 질렸음. 주 두세 번 헬스장 가는 거 몇 년째 하다 보니까 저녁마다 단백질 얼마나 채웠는지부터 계산하는 버릇이 생김. 원룸이라 주방이라고 해봤자 인덕션 하나 딸랑 있는 게 다라 뭘 거하게 할 것도 없음. 그렇다고 배달 시키면 편하긴 한데 요즘 배달비 보면 그냥 손이 떨림. 배달 앱 켰다가 최소 주문 금액 보고 도로 끔. 냉장고 문 열어보니 두부면이 눈에 들어왔음. 예전에 다이어트한다고 사다 놓고 방치해둔 거였는데 슬슬 유통기한 걱정되던 참이었음. 요리 실력이야 뭐 중간쯤 되는 거 같은데 계량 안 하고 감으로 하다가 망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 이번엔 좀 긴장하고 시작함.
두부면으로 팟타이 해먹겠다고 마음먹고 나니까 부족한 재료가 몇 있어서 걍 나가서 사 오기로 함. 밤에 나가는 거 개귀찮긴 한데 어차피 안 사면 저녁 굶어야 하는 상황이라 별수 없었음. 운동복 그대로 입고 슬리퍼 신고 나감. 남한테 보이는 거 신경 쓸 정신도 없었음.
집 앞 마트까지 걸어가는 길이 애매하게 멀어서 걸으면서 살짝 후회함. 저녁 시간대라 그런지 카트 끌고 다니는 사람들 많았고 매대 사이 좁아서 몸 비틀어 지나다녔음. 입구 들어서자마자 나는 그 특유의 마트 냄새, 뭐라 설명은 못 하겠는데 어릴 때부터 맡던 냄새 그대로임. 야채 코너는 늘 서늘한 느낌인데 그 물기 먹은 흙 냄새가 은근 싫지 않음. 형광등 아래서 대파랑 양파 고르는데 뭘 골라야 하나 몰라서 괜히 한참 서 있었음. 대파는 뿌리 쪽 안 무른 걸로 고른다는 얘기 어디서 주워들어서 그것만 확인함. 옆에 놓인 숙주 봉지 하나 집어 들고 냉동 코너로 넘어갔는데 손질된 새우가 있길래 그거로 바로 집음. 껍질 까는 시간도 아까웠음. 냉동 코너 문 열 때마다 나오는 하얀 김도 은근 반가움. 계산대 줄 서 있는데 앞사람 카트에 즉석식품만 가득한 거 보다가 문득 명절 지나고 집에서 싸 온 반찬 다 떨어졌던 때 기억이 스쳐 지나갔음. 그때는 뭘 해먹어야 할지 몰라서 계란만 삶아 먹었던 거 같은데 지금은 그래도 뭐라도 만들어 먹을 짬밥은 됐다 싶었음. 봉지 두 개 들고 다시 걸어오는데 팔이 뻐근했음.
집에 돌아와서 봉지 다 풀어놓고 인덕션 앞에 재료 쭉 늘어놨음. 좁은 싱크대 위가 순식간에 꽉 참. 운동복 갈아입을 새도 없이 바로 팔 걷어붙였음. 배는 계속 고픈데 손은 느리게 움직이는 이 답답한 시간이 자취 요리의 진짜 현실인 듯. 이제 진짜 시작.
봉지 풀어놓고 나니 재료가 낯설었음
대파부터 다듬었음. 흰 부분 다지는데 손에서 파 냄새 안 빠지는 거 ㄹㅇ 싫음. 마늘은 편으로 썰고 양파는 채 써는데 눈물이 좀 났음. 눈물 닦으려고 손등으로 눈가 문질렀다가 그 손에 마늘 냄새 남아 있는 거 뒤늦게 깨닫고 혼자 인상 씀. 도마가 좁아서 재료 놓을 자리도 계속 옮겨가며 썼음. 칼질 소리만 도마 위에서 계속 나는데 조용한 원룸에 그 소리가 유독 크게 울림. 이 정도는 이제 익숙해서 손이 알아서 움직이는 수준이긴 함.
새우는 해동만 시키면 되는 거라 편했음. 흐르는 물에 씻는데 비린 냄새가 살짝 올라와서 코 찡그림. 두부면은 봉지 뜯자마자 물컹한 식감이 손끝에 바로 느껴짐. 헹궈서 물기 대충 털어놨음. 두부는 따로 눌러서 물기 빼놓고, 계란이랑 숙주는 마지막에 쓸 거라 옆으로 따로 빼놨음. 재료가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좁은 조리대가 점점 더 좁아지는 게 눈에 보임. 이러다 팬 놓을 자리도 없어지는 거 아닌가 싶어서 중간에 한 번 정리했음.
양념통도 다 꺼내서 늘어놓음. 간장, 굴소스, 맛술, 참치액, 참기름, 알룰로스, 스리라차, 두반장까지 줄줄이 세워놓으니까 무슨 화학 실험하는 기분이었음. 병 뚜껑 하나씩 열었다 닫았다 하는 것도 은근 손 많이 감. 라벨 다 비슷하게 생겨서 두 번은 잘못 집었다가 다시 놓음. 계량스푼 꺼내기 귀찮아서 걍 눈대중으로 가기로 함.
냉장고 정리는 뒷전으로 미뤄놓은 지 꽤 됨. 야채칸 열 때마다 뭔가 자리를 너무 많이 차지하고 있다는 느낌만 받고 그냥 다시 닫는 식이었음. 언젠가 날 잡고 싹 다 비워야지 하면서도 매번 미루는 중.
- 올리브오일 적당량
- 대파 0.5개
- 마늘 5쪽
- 양파 0.5개
- 레드페퍼 약간
- 닭가슴살 1팩
- 새우 6마리
- 스리라차 1큰술
- 두반장 0.5큰술
- 두부 1팩
- 계란 1개
- 숙주 1줌
- 양념·소스: 간장, 저당 굴소스, 맛술, 참치액젓, 참기름, 알룰로스, 후추 (정확한 비율은 원문 레시피에)
재료 다 늘어놓고 보니까 은근 종류가 많았음. 도마 위에 색깔별로 정리해놓으니까 그래도 요리하는 느낌은 좀 남. 사진 한 장 찍어놓을까 하다가 귀찮아서 걍 관둠. 이제 불 켤 차례.
볶다가 딴짓도 좀 했음
파기름부터 냈음. 팬에 기름 두르고 대파, 마늘, 양파 넣고 볶는데 향 올라오는 거 보면서 괜히 뿌듯했음. 좁은 원룸이라 이 냄새가 방 안까지 그대로 퍼짐. 볶다 말고 냉장고 다시 열어봤다가 야채칸 구석에서 정체불명의 시커먼 봉지 하나 발견함. 뭔지 확인도 안 하고 걍 다시 닫음. 나중에 처리하기로.
닭가슴살이랑 새우 넣고 볶다가 소스 부을 차례가 왔는데 이 구간이 진짜 눈대중으로 하면 사고남. 첫판엔 두반장을 과감하게 넣었다가 짜고 매워서 물 부어 다시 간 맞춘 적 있음. 그날 결국 반은 버리고 라면 끓여 먹었던 기억까지 남. 비율 대충 하면 그대로 망하는 지점이라 정확한 양념 비율 보고 따라하는 게 마음 편함. 두부면 넣고 계란이랑 숙주까지 마저 볶아서 그릇에 담으면 끝.
다 먹고 나니 설거지만 남았음
맛은 확실히 괜찮았음. 새우랑 닭가슴살 같이 들어가서 씹는 맛도 있고 두부면이라 그런지 속은 편했음. 접시에 담아서 인덕션 앞 좁은 식탁에 앉아 혼자 먹는데 김 올라오는 거 보면서 오늘 하루 고생했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음. 근데 손이 많이 가는 게 함정. 재료 준비하는 시간이 조리 시간보다 더 김. 원팬이라고는 해도 도마랑 팬이랑 그릇 여러 개 쓰다 보니까 결국 설거지거리는 똑같이 나옴. 다 먹고 싱크대에 쌓인 그릇 보면서 한숨 한 번 쉼. 이 부분은 좀 아쉬움 ㅋㅋ
단백질은 얼마나 채웠는지, 가격은 배달 시키는 거랑 비교해서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서 찾아봤음.
| 칼로리 | 401 kcal |
|---|---|
| 탄수화물 | 46 g |
| 단백질 | 102.1 g |
| 지방 | 52 g |
| 당류 | 20.7 g |
| 나트륨 | 4138 mg |
| 재료비 | 약 8,960원 (1인분 전체) |
| 사 먹으면 | 약 12,000원 |
재료 준비만 좀 줄이면 자주 해먹을 듯함, 다음엔 냉장고 야채칸 그 봉지부터 확인해보고. 오늘은 일단 이걸로 만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