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카드 내역을 켜보게 됐음. 평소엔 그런 거 잘 안 들여다보는데 왠지 이번 달은 늘었다 싶어서. 식비만 따로 더해봤더니 생각보다 숫자가 크게 나와서 잠깐 멍했음.
배달 앱 세 번, 편의점 몇 번, 그리고 장 본 거 두 번. 다 합치니 주급 받는 알바도 아닌데 일주일에 이 정도로 나갈 일인가 싶었음. 헬스 다닌다고 단백질 챙긴다고 닭가슴살이랑 계란은 꼬박꼬박 사면서, 정작 밥때 되면 귀찮아서 배달 눌러버리는 패턴이 눈에 보였음. 이럴 거면 뭐 하러 단백질 파우더는 또 따로 사는지.
그중 이틀은 너무 더워서 불 앞에 서기 싫다는 이유로 시켰음. 인덕션 1구짜리라 뭘 볶든 좁은 부엌인데, 거기서 땀 뻘뻘 흘리며 뭘 만들 생각을 하니 그냥 배달비 내는 게 편했음. 근데 막상 결산해 보니 그 배달비가 제일 아까운 항목이었음. 매번 시킬 때는 몇천 원이라 별생각 없었는데 다 더해놓고 보니 꽤 컸음.
원팬 요리를 좋아하는 이유도 결국 설거지가 늘어나는 게 싫어서인데, 배달은 그마저도 필요 없으니 편해서 자꾸 손이 갔던 것 같음. 근데 그렇게 편한 대가가 이 숫자였다는 걸 이번에 처음 제대로 봄. 장 본 두 번은 그나마 나았음. 계란 한 판, 닭가슴살, 냉동 채소 정도였는데 이걸로 사나흘은 버텼으니까.
계량 안 하고 대충 만들다 짜게 돼서 물 부어 먹은 날도 있었는데, 그것도 결국 재료값은 얼마 안 들었으니 배달보다는 훨씬 남는 장사였음. 실패해도 남는 거고 성공하면 더 남는 거고. 근데 그날 그 순간엔 그런 계산이 하나도 안 됨. 그냥 덥고 귀찮으면 손이 앱으로 감.
배달 앱 세 개 중에 하나는 습관적으로 켜는 것도 문제였음. 딱히 뭘 시킬 생각도 없으면서 심심하면 앱부터 켜서 메뉴를 훑어봄. 그러다 보면 없던 배도 고파지고, 결국 장바구니에 뭐 하나 담게 됨. 이게 제일 무서운 패턴이라는 걸 이번에 숫자로 보고 알았음. 배가 고파서 시킨 게 아니라 심심해서 시킨 날이 절반은 됐던 것 같음.
헬스는 이번 주도 두 번 나갔음. 운동은 꼬박꼬박 하면서 식비는 관리를 안 한다는 게 좀 웃긴 조합이긴 함. 단백질 챙긴다고 계란이랑 닭가슴살 사는 돈은 아까운 줄 모르면서, 그거 챙겨 먹을 시간에 귀찮다고 배달 시키는 거 보면 앞뒤가 안 맞음. 숫자를 보고 나니 다음 주는 좀 줄여볼까 하는 생각이 들긴 했음. 근데 이런 다짐이 오래 안 가는 것도 이미 몇 번 겪어봐서 앎 ㅋㅋ. 일단 이번 주는 장 본 재료 남은 걸로 며칠은 버틸 수 있을 것 같으니까 거기서부터 시작해보려고 함.